지금 재직중인 회사에서 내 후임을 뽑기 위해 전형을 진행중이다.

정말 기대를 하고 면접을 봤으나, 결론은 1차 면접 탈락이다.

왜 기대를 했지만 탈락을 줄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이런 사례는 비단 이 사람 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사례들이 있다. 그것들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1. 서류 전형에서 많이 떨어지는가?

서류 합격이 잘안되는 경우는 객관적으로 스펙이나 경력이 부족하거나, 스킬셋이 회사에서 원하는 것과 동떨어진 경우이다. 서류 전형에서 떨어진 경우, 스스로 잘 고민해봐야 한다. 왜 떨어졌을까? 정말 그 전형에 100% 내가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솔직하게 적은 경력기술서나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를 통해 여러 번 고배를 마시다보면, 나쁜 생각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어차피 검증은 하지 못하는데, 다 했다고 적지 뭐.'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2. 어차피 서류 전형에서는 검증하지 못한다. 일단 면접까지만 어떻게라도 가자

그냥 '들어본 것'과 '다른 사람이 한 것'들을 내가 한 것 마냥 경력기술서 및 포트폴리오에 마구마구 넣기 시작한다. 꽉 찬 나의 이력서를 보고 흐뭇해하고, 지금 지원서를 쓰려고 했던 JD와 거의 일치하거나 그 이상의 스펙이 갖추어진 것 같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서류 전형의 합격률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 기회가 많이 생기기 시작해서 아마 신이 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3. 서류는 잘붙는데 왜 면접에서 계속 떨어질까?

이번에 면접을 본 사람의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그는 VMWARE의 vSphere를 사용해봤고 '중급' 수준이라고 스스로 경력기술서와 포트폴리오에 기록을 해두었다. 그리고 private cloud 환경에서 서버 구축 및 운영까지 해본 사람이라고 한다. 서류에서 많은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서류에서 기술에 대해 '나열'만 해두었지, '구체적인 내용이나 기술'이 없어서 조금 미심쩍기는 했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검증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 : 노후 서버 한 대에 VM1 ~ 5까지 총 5대의 운영중인 서비스가 있다. 최신 하드웨어 장비를 들였으며, 노후 서버에 있는 VM들을 신규 서버로 옮기려고 한다. 어떻게 하겠는가?

지원자 : 서버 서비스를 내리고, VM을 그대로 복사해서 옮기겠다.

나 : 그것도 방법이라고 할 순 있지만, 현재 운영중인 서비스이고 만약 서비스 종료 없이 신규 장비에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것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지원자 : 불가능하다.

나 : VMWARE vSphere 써보지 않았나?

지원자 : 써봤다.

나 : vMotion이라는 기능에 대해 들어봤나?

지원자 : 처음 들어봤다.

 

자.. 이게 스스로 '중급'이라고 하는 사람의 답변이었다. vMotion은 실제 실행중인 VM을 라이브 마이그레이션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vSphere의 강력한 기능 중 하나인데, 이걸 처음 들어봤다니... '중급'이라는 사람이..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면접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채워야하기에 다른 기술적인 질문들을 해보았다. 하지만 전부 대답은 하나같이 '잘모르겠다.', '내가 한 게 아니다.', '기억나지 않는다.' 정도였다.

 

이 사람도 나와 같이 PMP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고 획득시기도 비슷했기에,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질문을 해보았다.

 

나 : PMP 자격증이 있던데, PMP를 공부하면서 어떤 걸 얻게 되었고, 거기에서 나오는 T&T들 중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원자 : PMP를 딴 지 오래돼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T&T가 무엇인가?

나 : Tool & Technique의 약자로, PMBoK에서 말하는 프로세스들 중 해당 프로세스를 해결해나가는 방법들을 말한다. 가령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에는 Critical Path, 간트 차트, RACI 차트를 PMP를 공부하게 되면서 알게되었고, 업무를 하면서 많이 쓰고 있다.

지원자 : 아, 나도 그건 활용하고 있다.

나 : 그렇다면 RACI 차트가 무엇인가?

지원자 :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PMP를 땄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자기소개서나 경력기술서, 포트폴리오에 있는 내용에 대해 이렇게 대답밖에 못한다면 어떻게 합격을 줄 수 있겠는가? 

 

이직을 하고자 하는 지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서류 합격률'이 아니라, '단 한 번의 꼭 가고 싶었던 회사로의 이직'일 것이다. 채용 전형을 진행하면서 거짓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결국 서로 시간만 허비하게 되고 지치게 된다.

그 사람은 결국 탈락했고, 나는 부적절한 사람의 면접을 위해 면접 준비시간 2시간과 면접 시간 1시간 하여 총 3시간의 시간을 허비했다.

 

잠깐 서류 합격에 눈이 멀어, 진실되지 않게 서류를 준비한다면, 결국 그 결과는 면접 불합격 밖에 기다리지 않는다.

모든 채용 과정에서는 정직해야한다라는 사실을, 그래야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고로 그 사람은 온라인 면접을 위해 연차를 썼다고 한다. 그의 연차 하루, 나의 3시간, 서로 너무 아깝다.

 

4. 결론

서류에서 적당히 양념을 칩시다. 결국 면접에서 다 들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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